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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대는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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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부고

팔방미인 홍길동 2024. 8. 9. 14:28

 

오늘 날씨 : 계속 폭염 

 

20대 초반부터 정말 친하게 지내던 오빠가 있었다.

내가 배고프다고 하면 직접 음식도 해주고

내가 술먹고 싶다면 흔쾌히 술도 사주고

내가 이사할 때, 본인 업무차 끌고와서 직접 다 옮겨주고

 

한살 한살 먹으면서 각자 일상을 살아가다보니

만남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1년에 한번씩이라도 안부 연락을 주고 받는 그런 사이 였다. 

 

몇년 전 어느날, 

오빠가 새롭게 취업한 직장에서 외국으로 파견을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후로 몇년 간 세번에 걸쳐 외국을 옮겨 다녔던 걸로 알고 있고 

휴가 때나 가끔 서울에 오는 식으로 그렇게 지냈다.

귀국 당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며 만났는데 

오빠는 서울에 올때면 그렇게 좋다고,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고. 한국이 좋다며. 

얘기를 하면서 출국 하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한국에 있고 싶은 마음을 계속 가질수록.. 가기 싫어할수록..

가서 더 그리워 질까봐

본인 진짜 속 마음을 맘 편히 꺼내 놓진 않은 것 같기도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 한국보단 돈 많이 주니까 가야지~! " 하면서 쿨하게 밝은 모습으로 화제를 돌린다. 

 

마지막에 있었던 곳이 캄보디아 나라 였다. 

오빠는 이번년도 10월달에 잠깐 들어온다며, 그때 날 보러 온다고 굳게 약속 했다. 

그러고 우리는 가끔 카톡을 하면서 여전히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짧은 대화 속에서도, 항상 편한 분위기 였다. 

마지막 대화 나눈게 저번달 7월 11일이다.

 

어제, 나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어김없이 동네 산책을 나가려던 참이였다.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안좋은 소식의 첫 마디는 항상... " 들었어? " 

그렇게 전해들었고, 아는 언니에게 다시 한번 전해 들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한번 소름이 끼치고,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슬퍼서 눈물이 나는게 아니라

그냥 황망하고 믿겨지지가 않는다. 

 

" OO오빠 죽었데.. "

 

알고보니, 

오빠는 4일 전에 한국에 왔었고 

몸이 좀 안좋아서, 잠깐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니와 같이 살았던 집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잠을 잤고, 자다가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다.

오빠가 너무 안 일어나서 어머니가 깨우러 들어갔다가 

기척이 없길래 보니... 죽어 있었다고 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

착한 효자 외동아들 이었는데..

어머니의 상심을 감히 상상 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거 정말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고 

먹는 거 좋아하고 

워라밸 좋아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는 혼자 있는 걸, 안 좋아 했던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머나먼 외국 땅에서 몇 년 간,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견뎌냈을 지 조차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일도, 노는 것도 뭐든 즐기며 하는 사람이었다. 

(일은, 즐기며 한다기 보다 그냥 매사 긍정적으로 맡은 바는 책임 있게 하려는 사람)

외국으로 파견 나가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나는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본 적도 없고, 알수도 없지만 

그 돈을 알뜰 살뜰 모아서

2년 전, 자신 어머니께

서울 어느 동네에 집을 장만해 드렸던 걸로 안다. 

정작 본인을 위해서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가버렸다.

 

그 힘든 향수병을 견디며 긍정적으로 밝게 지내려고 했던 사람이 

너무 가엾다. 

외국 파견 당시 초기 때는

향수병으로 인해 좀 힘들다는 내색을 살짝 비추긴 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얘기 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말을 하려다가도 안했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본인의 힘든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느껴졌다. 

의미없다고 생각한건지... 무뎌진건지... 

(내가 볼땐 무뎌졌다기 보다, 본인의 현실을 알고 참으려고 버티려고 했던 것 같다)

 

오빠의 사망원인은 심근경색 이라고 전해 들었다. 

맞는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다.

그 짧은 기간에 오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수가 없으니.....

 

왜냐하면

불과 2-3달 전 

여지없이 오랜만에 카톡으로 안부를 시작했고

갑자기 건강 얘기로 대화가 오갔을 때 들었던 말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을 가본 적도. 입원한 적도. 치료받은 적도. 수술받은 적은 더더욱 없었다고 했다. 

그 흔한 감기도 안걸리고, 몸 한구석이 깨지고 다쳐도 금방 회복되고 

머리를 다쳐서 피가 줄줄줄 났을때도 병원을 안가고 그냥 어찌저찌 지혈해서 소독하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집에 가서 세상 모르고 잤다나 어쨌다나. 

건강검진 역시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모두 정상. 

의사 선생님도 많이 의아했다고 했었다. 

보기보다 너무 건강하다고. 

 

그러니...

내가 지금 이 상황이, 이 현실이 믿기겠냐고.... 

갑자기 아니 왜 뭣때문에 갑자기 몸이 좀 안좋아서 귀국을 했으며 

한국에 온지 4일 뒤에 그렇게 가버리냐고. 

진짜 묻고 싶다. 

(오빠 너가 그랬잖아. 본인은 진짜 의사도 놀랠 정도의 건강을 가져서 

쉽게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이건 NASA에서도 연구해야 할 몸이라고)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게 쌓여서 

건강하지 못한 일상 생활이 누적되어

하루 아침에 병이 된 건지.

연구 대상감인 건강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쉽게 가버릴 정도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이것 또한 끔찍하다...

 

외국에서 고생하다 잠시 들어온 아들의 자리를 

온전히 느껴보시기도 전에, 

아들을 영원히 볼수 없는 곳으로 보내야 하는 어머니가 정말. 많이. 걱정되고 걱정된다.

 

오빠는 끝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자는 도중에 세상에 마침표를 찍었구나. 

명이 다하는 순간 우리가 모르는 고통이 있었겠지....

누구하나 잠시라도 걱정 시키지 않으려고,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투병 생활도 없이 그냥 가버렸구나..

미련이 많을텐데... 휴 마음도 몸도 무겁다..

 

다행이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며칠 더 늦게 한국에 들어왔더라면... 

하마터면 아무도 없는 남의 나라에서 혼자...그 더운 곳에서... 

더 이상 말은 안해야 겠다... 

이쯤 되니 오빠는 본인의 마지막을 직감으로 느껴 

서둘러 한국에 들어온 것 같다는 예상도 안할 수가 없다. 

그렇게 오빠는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사랑하는 어머니 곁에서 이 현실과 작별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오빠~ 내가 어제 잠들기 전에도,

혼잣말로 얘기했는데

오빠가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감이 안오겠으니까

또 얘기할게. 

 

하늘에서 누가 기다려?

뭐가 그렇게 바쁘길래 

서둘러 떠나는 사람처럼 

왜 그렇게... 쉽게..빨리...벌써 갔어. 

쉽게 죽을 일 없다며. 의사도 인정한 건강이라며. 

NASA도 연구해야 할 연구 대상감이라며. 

건강검진도 아무 이상 없었다며. 

오빠가 예전에 그랬잖니...

나중에 나중에 우리 같이 놀러나 다니면서 그렇게 즐겁게 재미나게 살아가자고. 

근데 나는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았었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그 한 마디가

문득 내심 든든했어. 

남자로써 뭐 그런 관계가 아닌, 사람으로써 인간으로써 

나이가 먹어도 언제든지 편안하게 볼수 있는 

친구 하나 생겨서. 

철딱서니 없는 오빠, 내가 동생으로써 따끔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의미없다...  

오빠 오빠의 운명이 다했던 건지, 하늘 위에서 갑자기 불러서 갔는지,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소식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할게...  

오랫동안

나 챙겨주고 도와주고 이뻐해줘서 정말 너무 진짜...

고마웠고, 

가끔 살펴봐주고 항상 친구처럼 아니. 친구보다 더 편하게 대해주고, 위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해. 돌이켜보니 나는 해준 게 없더라고. 

끝까지 나는 해준 게 없구나. 

오빠 고생 많았어. 

외국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거야. 

향수병으로 힘들다는 얘기도 편하게 못하고. 

오빠가 외국 나가기 전이든, 후든 

몇번 했던 말...

나는 어디다 내놔도 굶어 죽을 사람도 아니고 적응력이 뛰어나서 

어딜가든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고. 

아무것도 없이 본인 몸뚱이 하나만 있어도 다 산다고. 

내가 여태 봐왔던 오빠는

내가 봐도 그래 보였던 사람이였어. 

 (아. 비위 잘 맞추고 사교성 좋은 것이 그렇게 좋지만도 않아....라고도 했지..

그렇지만 본인은 잘한다고 했지)

 

오빠 잘가. 

짧은 인생 덧 없다 할지라도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네.. 

아직도 난

이 상황이 가슴으로 와닿지가 않아서

더이상 뭐라 말할수가 없다.... 

오빠. 한달 전 카톡할 때 농담 중에 그런 말 했었지.

사이판가서 휴양하고 싶다고. 갈거 라고 했잖아. 

왠지 내일 쯤에

오빠는 사이판에 가 있을거 같다. 

다 잊고, 맘껏 누리고 있길 바래. 

 

 

 

어떠한 아픔과 걱정이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고인이 되신 분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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